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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보고 듣고 쓰고

드라마, 프로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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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년에 한 번 씩이 주기인가?

향수병처럼 한국말이 듣고 싶고, 뭔가 한국을 느끼고 싶은 생각이 들 때 드라마를 찾게 된다.

한국에서는 시간낭비라는 생각도 들고 사랑이야기가 너무 예쁜 드라마를 보면 괜히 허파에 바람들어가서 일도 손에 안 잡히고 

싱글인게 속상해져서 텔레비젼을 일부러 안보던 나였는데 말이다.


얼마전에 한 참 유행이던 태양의 후예를 처음부터 봐볼까 했는데 뭔가 너무 거대한 이야기이지 않으면서 

즐겁고 소소한 드라마가 보고 싶었다.

언제였는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 승희랑 선희랑 카카오톡 대화를 하다가 선희가 김수현이 신입사원으로 나오는 드라마 보고 

그런 후배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던 말이 생각나서 "프로듀사" 검색 시작.

배우 김수현이 보고 싶기도 했다.


유투브에서 누가 캠코더로 텔레비전 방송을 녹화해서 올렸는지 

목소리가 괴물소리로 나오고 글자가 오른 쪽에서 왼쪽으로 뒤집어져 나오는 영상을 3회까지 보다가, 

한류 덕으로 한국 드라마 제목만 넣으면 바로 볼 수 있는 사이트에 들어가서 일주일분 돈까지 내고 봤다. 

광고가 걸리적 거리니까.


이 드라마 보면서 참 많이 즐겁게 웃었다. 

너무 진지 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너무 가볍지도 않았다.


서울에서 일할 때 여의도 벚꽃을 보러 왜 한번도 안 갔을까 싶었지만 

여의도 벚꽃 장면을 볼 때나

주인공들이 일하다 동료들이랑 커피 전문점에가서 같이 음료수 사 먹는 장면을 볼 때

프람트에서 일 했던 때도 떠올려 보았다.

봄에는 점심 먹고 양재동 빌라촌에 만개한 벚꽃을 보러 산책을 했고,

가끔 커피집에 가서 다 같이 음료수도 사먹고,

놀이터에 가서 그네도 타고,

밤새워서 일도 하고 (이 건 아직도 트라우마로 남아 있어서 속이 상한다. 적당히 했으면 이것도 아름답게 기억으로 남았을 텐데. 언젠가는 그럴 수 있겠지.)

회식도 가고 그랬던 것.


그랬던 모든 일상이 정말 찬란했는데 나는 그 때 왜 그렇게 피곤하고 졸렸을까.

그렇지만 놓치기 싫어서 혼자 열심히 사진찍어 공유 해대던 1인이었다.


이 드라마는 배우들도 다 좋았다.

김수현군 보려고 보긴 했지만, 난 차태현씨도 좋고 공효진씨도 좋다. 아이유양도 노래 잘하니깐 좋고.

매력쟁이 공효진씨.

닮고 싶은 캐릭터였다.

내가 다시 한국에 가서 사회생활을 하게된다면 저렇게 멋진 사람이고 싶다 하게 연기했다.


뒤를 돌아보니 학교 다닐 때 귀여운 후배들이 있긴 있었네 싶었다.

호프집에서 만났다고 술도 떡하니 사주고 간 주석이도 문득 생각나고,

우식이, 창선이, 제혁이랑 만나서 즐거운 시간 보냈던 것.

동아리 후배들이랑 장난 치고 웃고 떠들었던 시간도 있었고,

가지 말라고 꼭 안아주고 마지막 날 마지막까지 시간을 같이 보내준 동료들도 있었고.

나 괜찮은 선배 그리고 동료였나? ㅋㄷㅋㄷ


요모조모 깨알같은 드라마라 마음을 위안하는데 아주 좋은 드라마였다.


그리고 차태현씨가 마지막에 고백하는 대사가 빨강머리앤의 길버트를 생각나게 했다는 것.

어쩜 라준모는 딱 차태현씨랑 잘 어울리는 역할이었던 것 같다. 

길버트는 한 때 내 이상형이었는데.

25년 동안 그렇게 잘 알고 연인이 되면 어떨까?

한 사람과 오래 연애하고, 결혼하는 게 내 로망이었는데 그 로망은 이미 물건너 간 현실;; ㅋㄷㅋㄷ


어제 랜드마크 돌파구 세미나에 가서도 내내 드라마 장면들 떠올리고, 

백지영씨 노래 그리고 생각하느라 처음에는 집중을 못 했다.

그러면서 깨달은 건, 내가 사랑스러운 드라마 보는 걸 꽤 좋아하는데 그걸 참았다는 것이다.

달리 얘기하면 공상에 빠지는 걸 참 두려워 하고 있었다. 

당장 증명이 되 듯, 공상에 빠져 있으니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랑 얘기할때 집중을 못하고 헤맸다.

그런데 진짜 그게 그렇게 나쁜건가? 하는 생각이 해 보니 딱히 그런 건 또 아닌 것 같다.

가끔, 그렇게 딴 세상 좀 가 있으면 안 되는거야?

날 좀 편안하게 둬보자. 

이번 백수 생활에서 극복해 보자고 한 거니까, 맘 껏 봤다. 그리고 빠져있었다.


한 동안은 노래도-.

♬그리고서 우리 서로 마주 서있기~~~이~~ 그리고서 우리 서로 꼭 잡고 있기~~이~


정신은.... 차릴거지? 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