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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보고 듣고 쓰고

천년의 금서를 읽고, 글자 전쟁을 읽는 중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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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한국인이면서 우리나라에 대해서 그다지 관심이 없었다. 

사실은 지금 생긴 관심과 궁금증도 얼마나 갈지 모르겠다만,

요즘 국정교과서 사태도 그렇고, 천년의 금서를 읽고 머릿속이 바빠졌다.


얼마간 다른 나라에서 지내면서 들었던 생각들이 있다.


남한이 어디에 있는지 모르는 사람들에게 지도를 보면서 설명 할 때,

서울에서 부산까지 기차로 네다섯 시간이면 간다고 얘기하면서,

'우리나라 정말 작구나, 고구려가 삼국통일을 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

'ㅇ ㅓ? 그런데 왜 우리 나라 이름이 한국이고, 우리가 한 민족이고, 한반도가 한반도지?'


유태인 얘기를 하면서 옛날에 페르시아가 온 세계를 지배할만큼 강성했다는 기독교인 친구가 하는 말을 듣고,

'우리나라 역사가 5000년이라고 했는데 그 전을 말하는 건가 후를 말하는 건가? 

여튼, 동쪽 아시아까지 지배한 게 아닌 걸 알고 있나?' 

(찾아보니 기원 전 오백년 전쯤 페르시아, 기원전 삼천년과는 거리가 멀다.)

'그나저나 단군 할아버지가 그냥 신화인가, 진짜 역사인가 헷갈리네. 학교에서 말해줬는데 내가 모르나?' 하는 생각.


영국의 나라들은 국기도 그렇고 가치를 종교적것이 바탕이 되는 것을 보고, 종교가 없는 내가 이질감이 느낄 때,

고조선 건국사상이 '홍익인간'인게 떠올랐다.

'우리나라 조상들은 그 옛날에도  인간 중심적인 사고를 했나보다' 하는 생각.


내 이름의 뜻을 이야기 하면서 한국 사람들은 일부는 한글이름을 쓰고, 

대부분은 예전부터 한자로 이름을 짓는다고 말하면서,

중국과 우리는 분명히 다른 문화를 가지고 있고

우리나라는 독자적인데 한자를 빼 놓고는 뭔가를 말 할 수가 없다는 게 종속된 느낌이 들어서 좀 답답하다는 생각.


천년의 금서를 읽고, 글자 전쟁을 읽으면서

이런 생각들에 대한 퍼즐이 조금씩 맞춰 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막연하게 자랑스러고 유구한 역사를 가졌다는 말이 실재로 다가왔다.


대한민국의 조상들은 기원전 1700년경에도 천체관측이나 조수간만의 차도 기록할 만큼 문명국이었다.

한자의 기본이 되는 글자들 또한 동이족이 만들었다고 했다.


그런데 왜 이런 기록들은 모두 중국에서 찾아야 하는거지?

왜 우리에게 읽으라고 했던 책들은 중국의 명저라고 알려진 책들이지?

왜 우리는 그 오랜 역사 대해서 잘 모르고, 학교에서 잘 안 가르치는 거지?


예전에 가나에 출장을 갔다 돌아 올 때, 

비행기 환승 때문에 이집트 카이로에서 3일 정도 머문적이 있다. 

기자 피라미드, 스핑크스와 카이로 박물관을 방문해서 말로만 듣던 과거의 그 찬란한 문화를 접했다. 

그때 나도 모르게 문득

'이렇게 번영했던 국가가 왜 지금은 다른 나라에 더 많이 의지하며 살까?' 

'왜 그것을 유지하거나 더 발전 시키지 못 하고 과거에 유산에만 의지하며 살까?' 

(그 때, 이집트는 외국 자본에 의지하여 살고 있다고 함께 갔던 분들이 말했다.) 하는 의문이 들었다. 


'천년의 금서'를 읽고, 그런 생각을 했던 게 떠오르면서 부끄러워졌다. 

딴 나라 얘기할 게 아니었던 것이다. 


우리나라는 쇠했다.


이번에 든 생각은, 이집트 때 했던 생각과는 또 다르다.

지난 날의 기개를 잘 이어야만 한다는 것은 아니다.

경제적인 가치나 능력만을 말할 것도 아닌 것 같다.


우리에게는 내가 누구인가에 대한 단단하고 굳은 심지같은 중력이 없어졌다는 느낌이 든다.

사대주의가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알았다.

이건 하나의 정신적 자살과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중국에 밑보일까 사대주의자들이 우리의 역사가 담긴 책을 조선 시대 때 모두 태웠다고 했다.

ㅇ ㅏ. 그게 뭔지 모르겠지만 그게 후대에 역사에 대한 실마리를 줄 수 있는 거였다면 그 가치가 얼마나 큰 것일까?

내가 나를 인정하지 않는 것은 얼마나 초라한 인간의 모습인가. 

그 누구도 나를, 우리를 인정할 이유가 없다.


나는 한국인이 전에 지구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그런데 한국 밖에 나와보니 내가 누구인가를 설명할 때 나는 그냥 한국인이고, 한국인의 문화에서 자라난 한 종류의 인간이었다.

어떨 때는 내가 그냥 한국이었다.

내가 한국인이라서 한국을 자랑스럽게 여겨야 하니까 우리의 멋진 역사에 대해서 알아야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최소한, 내가 어떤 사람들로부터 왔고, 그들이 무엇을 했고에 대해서 제대로, 알 수 있는 한 최대한 알고

내 심지를 굳건히 하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시대를 거쳐 어떤 나라가 성하고 쇠하는 것에는 흐름이 있을 것이다.

그 기준도 다를 것이다.

하지만 내가 중국을 우리보다 더 오래되고 뿌리 깊게 느끼고, 일본을 좀 더 세다고 느꼈던 것은 그것이 사실이어서가 (현재 기준으로 사실이라 살지라도) 아니라 은연중에 전해진 사대주의 역사관과 친일파적 역사관 때문이라는 것이 사실이었다.

그렇게 느끼고 있었는지도 사실은 밖에 나와서 몇가지 경험을 하면서 알게 되었지만 이번에 책을 읽고 정확히 보게 되었다.

'우리는 이래서 안돼' 라고 말하는 사람 은근히 많이 본다.

이런 것들이 모두 은연중에 박힌 그 부정적인 인식때문일 것이다.

(시대가 힘들어 부정적인 태도가 생긴 것도 인정)


우리가 오래전부터 만주벌판까지 뻗었던 나라이고, 발전을 이루어 누구보다 글자도 일찍 만들만큼  문명 국가 였다.

그리고 우리가 어떻게 변화 해 왔는지에 대해서 좀 더 자세히 살펴볼 기회가 있었다면 어땠을까?

국사시간은 우리에게 내 뿌리에 대해서 생각할 시간을 주고,

그런 사상의 변화가 주는 영향에 대해서도 생각할 시간을 주었다면 어땠을까?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할지 모르겠지만, 어렵다는 말은 해 볼 수 있다는 말로 바꿀 수 있다.


교육계에서 의도적이로 이런 역사의 가치에 대해서 무게를 두어야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회적으로 관심을 의도적으로 가져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관심은 저절로 생기는 게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이러한 노력은 우리 자신을, 한국을 지키는 힘이 될 수도 있다.

동북공정으로 중국이 고구려 역사 조작을 하고 있는 걸로 안다.

과연, 우리는 어떻게 대처 할 수 있을까?


엄연히, 역사 조작은 이 세계 인류의 인간성의 훼손이라고도 생각한다.

나와 네가 있고, 있는 그대로 인정하지 않고, 서로를 지배하려고 하는 것.

국가적 차원의 인간성 훼손이 아니고 뭔가 싶다.


그런 것에 마땅히 대처할 수 없다면, 저들을 막을 수 없다면, 스스로를 지키지 못한 책임이 우리에게 있는 것도 분명하다는 생각이다.


지구 상에 존재하는 생명 하나하나, 문화 하나하나, 다양성의 한 부분을 채우고 있는 것 자체로 가치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대한 민국의 문화, 한민족은 다른 민족, 다른 문화가 가진 가치만큼 가치가 있다.

있는 것 자체로.


나는, 내 가족은, 내 친구들은, 내 동료들은, 한국인은 훌륭한 사람들의 후손이다.


그런 의미에서 교과서 국정화는 슬픈 현실이다.

역사를 객관적으로 쓸 수가 있을까 자체가 의문인데 

그걸 한가지로 통폐합 시키면 다양하게 탐구하고 발견할 기회가 없어지는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미 다수의 사람들이 반대를 하고 있는데 그 의견이 반영되지 않는 다는 것은 그 책이 이미 편향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일본이 우리에게 심은 역사관, 중국의 동북 공정, 지금의 역사 교과서 사태.

정치가들이 역사를 주무른다.

역사학자들이 역사에 대한(과거에 있었던 일에 대한) 순수한 열정과 인간적 양심으로만 연구를 한다면 역사 조작이 일어날까?

정치와 결합되고, 사대주의 같은 사상과 결합되었을 때 왜곡이 일어난다.

정치도 학교에서 기본 교과목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그리고 건강한 사상가를 키워야하는 것도 소홀히 하지 말아야할 부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먹고 살기 어려워 우리나라 순수 학문자들이 줄고 있다는 말은 어릴 때부터 많이 들어왔는데,

이런 것들도 모두 건강한 사회에서 일어나는 일은 아니라는 생각도 들었다.


휴, 머릿속에 있는 걸 한꺼번에 꺼냈더니 두서가 없지만, 나름 하고 싶은 말을 다 꺼내 놓은 것 같다.


내가 뭘 할 수 있을까?

김진명 작가 스토리펀딩에 후원하는 거? 

(https://storyfunding.daum.net/project/362)

지속적으로 역사에 관심을 가지도록 해야 겠다.

ㅇ ㅏ... 학교 다닐 때 역시 책을 좀 많이 읽을 걸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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