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읽고 보고 듣고 쓰고

[YES24 블로그축제] Tuesdays with Morrie

728x90
"모리와 함께 한 화요일"
참 마음에 안드는 제목이다. 
'정말 좋은 책이다','꼭 읽어 볼만한 책이다' 하는 말들을 많이 들었지만, 귓등으로도 들리지 않았다. '그래봤자 뻔한 얘기겠지...'

그러다, 내가 들었던 영어 수업에서 교재삼아 정해진 책이 바로 내가 그렇게 시큰둥하게 생각했던 그 책. 처음에 '왜 하필?' 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어차피 영어로 된 책이니 영어공부를 목적으로 읽었다.
단어 찾아가며, 이해 안되는 문장 의미 찾아가며...

[사진하나] Tuesdays with Morrie


루게릭(ASL)라는 무서운 병에 걸린 교수님과 잘나가는 저널리스트 제자의 재회와 인생에 관한 당연하지만 우리가 정말 까맣게 잊고 사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

그런데 참 이상했다. 그렇게 온전히 책에만 집중할 수 없는 상황에서 읽었음에도, 모리 교수님이 하는 말씀들은 하나하나 마음에 와 닿았다.

그렇게 내마음을 끌었던 것 중에 하나는 이야기 초반에, 모리가 루게릭 판정을 받고 얼마 안 돼서 친구의 장례식에 다녀왔을 때, 모든 사람이 사랑 가득한 말을 전하지만 그 친구를 들을 수 없었다며 슬퍼했다면서, 모리 자신은 "살아있는 장례식"을 열었던 것이다. 가족, 친지, 친구들과 가슴 속에 있던 말들을 진실되게 나누었다. 정말 인상적인 장면이다. 마음 속으로 '이 사람... 뭐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모리 교수님이 해주는 이야기는 모두 감동을 주었지만, 나에게 가장 큰 변화를 준 것은 두 가지다. 가족을 바라보는 눈을 갖게 해 준 것과 먼 미래에 엄마가 될 수 있다는 것에 대해 기대를 하게 준 것.

한 때, 난 참 어리석게도 언제 어디서나 혼자서도 잘 적응하고 잘 살아갈 수 있다고 자신했었다. 혼자서도... 그렇지만 지난 한 해 뜻했던 바들이 잘 이루어지지 않아서 그런지 알 수 없는 지침과 무기력이 날 감쌌을 때, 친구들의 조언과 따뜻한 마음도 커다란 힘이 되어 주었지만, 몰랐던 가족의 힘을 깨달았다. 그냥 한 없이 작고 보잘 것 없는, 당신들을 위해 아무 것도 하지 않는 나에게 조건없는 사랑을 주는 가족. 

이런 마음을 모리교수님은 이렇게 표현 한 게 아닐까? "단순한 사랑이 아니다. 날 떠나지 않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은."
"떠나지 않는"이라는 말이 마음을 흔들었다. 가족이란 그런 것이었다. 나는 내 가족에게 어떤 사람일까? 내가 크게 해 줄 수 있는 건 없어도 그들이 힘들 때, 곁을 지켜줄 수 있는 딸과 누나가 되어야겠다.

그리고 아이를 갖는 다는 것에 대해서 깊이 생각해 본 적이 없던 나였다. 그냥 평범하게 사는 한, 아이를 낳을 것이고, 그 아이를 잘 키워야겠다 라는 막연한 생각 밖에는... 그런데 어느 날부터는 그것 조차 싫었다. 무엇 때문에 내가 그렇게 지쳤었는지 모르겠지만, 아이들만 보면 웃음을 터뜨렸던 내가, 아이들을 싫어하게 되었다. 아이를 키우는 것은 고통만 수반되는, 이렇게 경제가 어려운 시대에 비 생상적인 일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냥 막연하게 내 개인적인 목표는 나이를 먹어가며, 그 나이에 맞는 능력을 가진 열심히 살아온 좋은 어른이 되고 싶었다. 내 나이 30대, 40대, 50대를 한 해 한 해 그 나이 맞는 깊이 있는 생각을 하며 살고 싶었다. 그런데 모리 교수님이 이런 말을 했다. 
"한 인간이 다른 인간에 대한 완전한 책임감을 갖게 되는 일은 아이를 갖는 일이다". 이 말에 난 뒤통수를 얻어 맞은 기분이었다. 완전한 책임감. 그것도 완전한 사랑이 수반된 책임감. 내가 생각했던 좋은 어른은 "그 완전한 책임감"을 모르고서는 될 수 없다는 것을 직관적으로 알 수 있었다. 어떤 고통이 따르더라도, 아이를 선택하겠다는 모리의 말이 비장하게 들렸다.

나는 그런 책임감이 있는 인간일까?
전에 없이, 진심으로 언젠가 내 아이를 사랑하고 아껴주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먼 미래에, 참 좋은 엄마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모리는 참 많은 이야기를 남겼다. 나이를 먹는 것, 결혼, 문화, 돈에 관한 이 사회의 잘 못 된 가치관, 감정, 죽음 등 우리가 열심히 공부하고 일하며 살아가며 알아야 하지만 생각조차 하려하지 않고 지나치는 것들에 대해서도 이야기 했다.

사실, 이 사회 안에서 살다보니, 모리 교수님이 해 주는 그 많은 조언과, 현실에서 내가 생각하게 되는 옳고 그름에 괴리가 느껴지는 경우가 있다. 그럴 때, 그 사회에 해를 끼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나만의 문화를 창조하라는 모리의 조언도 떠올려 볼 생각이다. 내 가치의 중심은 무엇인가, 내가 정말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내가 옳다고 믿는 것은 무엇인가? 결국 나에 대한 믿음을 키워야 하는 게 아닐까 하는 결론에 이르기도 한다.

"Love or Perish"
모리가 자주 외쳤던 말. 모든 사람에게 가장 중요하고 필요한 것은 사랑이라고 주장하는 그였다. 이 세상에는 보이는 것, 갖는 것, 뽑내는 것을 추구하며 살아가는 사람이 많은 데, 죽음을 앞두고도 그런 것들이 의미가 있는가? 서로 사랑하고, 함께 느껴주고, 울어주고, 웃어주는 마음만이 가장 소중한 것이다. 

나도 그렇게 생각하긴 하지만, 매일 그렇게 생각하며 살아가기란 얼마나 힘든 일인가? 그렇지만 이 책을 읽고 나서, 내 마음이 꽤나 말랑말랑 해 진 것은 사실이다.

한 번을 다 읽고, 두번째 읽고 있는 데도 이 모든 이야기들이 새로운 느낌이다. 정말 기억해야겠다고 생각했던 것들도 잊어버린 게 많았다. 아주 가끔씩이라도 읽고 또 읽고 할 셈이다. 

다른 사람들도, 그냥 반복되는 일상, 지루한 인생에 지쳐있다면 다시 한 번 손에 들어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드는 책이다. 그 일상 속에서 내 마음을 찾고, 소소한 행복과 사랑을 찾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