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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속

일년 째 백수 - 그랬다고 말하기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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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 이후로 이렇게 길게, 1년이 다 되도록 가족과 같이 살아본 일이 없었다.

다 알고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몰랐던 내 모습이나 가족의 모습에 대해서 알게 되고 새롭게 적응해 가는 것 같다.

사실 가족도 나에 대해서 잘 모르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가족과 있을 때 자주 '욱'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짜증섞인 목소리로 대화할 때도 많았다.

내 의사가 전달되지 않는 다고 느낄 때, 누군가가 내 말을 잘 들어주지 않는 다고 느낄 때, 나는 그렇게 반응하는 구나...

바깥에서 가족 이외의 사람들과 그런 일이 있을 때는 입을 닫고, 가족과 대화 할 때는 버럭한다.

밖에서는 버럭 할 때까지 나에게 뭘 그렇게 말하는 사람도 별로 없지만 말이다.


요즘에는 그런 상황이 올 때, 얼른 알아채고, 되도록 차분히 나 자신을 가라앉히고 대화하려고 노력 중이다.

그렇게 하면 엄마도 아빠도 조금 더 속에 있는 말씀을 해 주실 때가 있었다.

라더와는 대화 시간을 좀 더 늘려야 하겠지만 굳이 불편하게 만들지 않으려고 한다.

어른으로서 존중하고, 맘에 안 드는 부분이 있어도 그러려니 해 보려고 하고...


어쩌면, 

나는 처음으로, 

정식으로,

함께 사는 것에 적응하고자 노력하고 있는 것 같다.

어떻게 하면 조금 더 이해할 수 있는지, 어떻게 하면 조금 더 부드럽게 상황들을 만들어 갈 수 있는지....

이미 몸에 베어 있는 습관들이 너무 자동적으로 튀어 나와서 내가 크게 다른 사람이 되었다고 볼 수는 없지만,

조금씩 조금씩 더, 내가 어떻게 반응하는지 알아채고 좋은 관계를 위해서 생각하게 되는 기회를 갖게 되었다.


엄마랑 아빠가 정말로 나에게 화가 났는지,

아니면 몸이 힘들어서 짜증을 내고 있는지 구분이 됐다.

자주 퉁명스럽게 쏘아대는 말투이기는 하지만,

이제 나도 내 이야기를 조금씩 하기 시작한 것 같다.


함께 하는 동안,

함께 있어 보자.

동글동글 귀엽고 사랑스럽고 매력있는 엄마랑,

가끔 이해할 수 없지만, 순수한 아빠랑,

마음 여린 고릴라 지섭이랑,


혼자 있는 시간이 중요해서 꼭 독립하고 싶다가도,

혼자 막상 나간다고 생각하면 쓸쓸한 생각이 들기도 하고.

예전에 이런 생각 안 해 봤는데...

변했다, 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