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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2013.08.14] 술취한 여자분 돕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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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
랜드마크 ILP 주중 세션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배가 고파서 11시가 훌쩍 넘은 시간이었지만 김치만두를 사먹고 강남대로변을 걸었다.
주중세션을 마치고 오는 시간은 공기마져 달콤하다.
내가 가진 가능성에 대해 재확인하고 내가 내 뜻에 따라 움직일 수 있는 힘을 가진 사람이라는 것을 확인하게 돼서가 아닐까.

그러다 길 한쪽에 치마를 입은 여자 한 분이 앉아서 잠을 자고 있는 것이 보였다.
'저렇게 계속 있으면 위험할텐데....'
가서 일으킬까 말까 고민하다가 평소의 나답지 않게 어디서 용기가 났는지 그녀에게 다가갔다.

"저기요! 여기에 이렇게 계시면 위험해요! 어디 전화라도 해 드릴까요? 아니면 택시를 잡아 드릴까요?"

고개를 든 그 여자분...'오! 예쁘다!'
자다가 놀라 깬 그녀는 내 손을 잡고 흔들리는 몸으로 고개를 숙이며 고맙다고 괜찮으니 먼저 가시라고 했다.

택시를 태워 보내고 싶었지만 괜찮다며 불편해 하길래 일단 등을 돌리고 걸었다.
슬쩍슬쩍 뒤를 돌아보며....
다행히 얼마 후 몸을 가눌수 있었는 가방까지 잘 챙겨서 일어났다!

잘 걸어가는지 확인 하면서 집에 가고 있는데 작은 목소리가 들렸다.

"저기요~~~~~ 같이가요!"

그 여자분이 손짓하며 나를 부르고 있었다.

나보고 같이 가잔다;;

"저는 집이 여기에요! 댁이 어디세요? 가실 수 있겠어요?"

비틀거리는 그분을 옆에 세워두고 택시를 잡았다. 

택시가 잘 잡히지 않아 다산 콜 센터에 전화해서 콜택시 번호를 알아냈지만.... 

문자 기능에 문제가 있는 내 전화기로 그 번호는 바로 전송되지 않았다.

아흑.... 바꾼지 3달밖에 안 된 전화가 왜 이러는 거니....

열심히 택시를 잡고 있는 나를 보고 그 와중에 나에게 명함을 하나 건네주시던 그 여자분.

꼭 연락 달라고 하셨다.

다행히 판교에 가신다는 택시 기사 아저씨가 계셔서 태워 보내고

택시 번호를 기록해 두었다.

잘 들어가셨는지 궁금했지만, 그럴거라 믿고 연락은 안 드렸다.

괜히 뭔가 민망하다.


한가지, 이 에피소드가 나에게 의미가 있는 것은 내가 그때 용기를 내어 그 분을 도와주는 새로운 행동을 했다는 것이다.

하나하나 뜻대로 행동하는 연습을 한다.


그렇지만... 남자분이었다면 그럴 수 없다의 제약이 있고, 그 위험을 감수할 생각은 없으니

남자분이 그러고 계시다면 경찰서에 신고하는 방법을 고려하자. 후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