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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속

나를 표현하는 방법이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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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난 텔레비전을 안 본다.

내가 느끼기에,
좋아하던 가요 프로그램도 지나치게 많은 인원 수로 구성된 아이돌만 등장해서 정신 없고,
막상 보면 웃겨서 웃긴 하지만 예능 프로그램도 억지 스러운게 많고,
드라마는 재밌는 것도 있지만 별로 관심가는 내용도 없다.

그리고 결정적인 이유는 텔레비전을 한 번 켜면 새벽까지 잠을 안 자고 생각없이 바라보고 있는 내 고질적인 습관 때문이다. 어릴 때부터 텔레비전에 몰입하면 딴 건 못한다.
출퇴근 시간으로만 3시간씩 날리는데, 이젠 그렇게 무의미하게 시간을 보내는 일을 줄여야 할 때이다.

텔레비전을 안 보다 보니 친구들과 대화 할 때 못 알아듣는게 많아서 불편한 점이 종종 생기긴 하지만 뭔가 좀 더 맘이 편안하다. 시끄러운 세상과 조금 떨어져있는 기분이랄까.

그렇게 지내다가 "나는 가수다" 라는 프로그램이 세간의 화제가 되고, 그 음원을 듣게 되면서 내 손으로 몇달만에 텔레비전을 켰다.

볼 때마다 감동의 무대를 선물받는 기분.

그들을 보면서 '가수란 저런 것이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노래를 통해 그들 자신을 말하고 있다는 기분이 들었다.

그렇다면 나는 '개발자란 이런 거야'라고 스스로 느낄 수 있고, 다른 사람에게도 그것을 통해 나를 말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개발자'라는 직업이 나를 잘 표현할 수 있는 직업일까?
"아니다"

난 나를 표현하는 방법이 무엇인지 이 나이가 되도록 모르고 있고, 내가 누구인지도 스스로 정의내릴 수 없는 사람이다.
이 나이를 먹도록.
정말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심지어
그동안 희미했던 개발자라는 이미지가 싫다는 명백한 결론도 얻었다.
그동안 내 일을 좋아해 보려고 노력했는데 그 것 자체가 더 지친다는 결론에 다달았다.
왜냐하면 잘 해야겠다는 강박관념이있었을 뿐이지, 이 분야에서 뭔가를 잘한다고 해서 성취감이 느껴지지 않을 것 같다.

그렇다고 이제서 다른 길을 찾아?
그것이 문제다. 찾는 것!
뭔가 정해진 것이 있으면 바꾼다고 쳐도, 다시 찾아가는 건 말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간 내가 게으르게 내 시간을 보낸 것에 대한 벌이랄까.

이 회사에 처음 들어왔을 때,
내가 보낸 그동안의 시간들을 그래도 보람있었다고 느껴봐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은 변함이 없다.
좋지 않아도 할 수는 있다.
무기력했던 마음을 가다듬고, 제대로 잡아보지도 않은 개발 공부 다시금 손에 잡아봐야겠다.

동시에,
'난 개발자로 명명되기 싫다'라는 것을 채우기 위한 무엇인가를 고민해 보자.

나는 무엇으로, 어떻게 설명될 인간일까?
무엇이 날 표현하는 길일까?

뭔가 답답했던 건, 그것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내가 나를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 말이다.

내가 의미있는 사람으로 느껴질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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