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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actice Landmark Distinction

[2013.04.21] 랜드마크 포럼 셋째날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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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잠들었는지도 모르고 자다가 깼을 때, 내 눈 앞에는 어제 집어 들었던 샤프펜과 채워지지 않은 흰 종이가 놓여 있었다.

내 자신과 Gary께 약속을 지키겠다고 다짐 했건만, 다른 약속인 지각하지 않기를 지키려면 

빨리 준비하고 30분 안에 집을 나서야 했다.


일단 부리나케 준비를 하고 집을 나서서 버스를 탔다.

도착 할 때까지 한 시간 정도는 가야 하니 그 안에서 과제를 수행했다.

스마트폰 Ever note App에 어제 문득 머릿 속을 파고 들었던 그 아이에게 편지를 쓰고, 

iThoughts에 내 강점 몇가지에 대해서 고민한 결과를 표시해 두었다.


과제를 하면서 느낀 건데, 편지를 쓰면서도 사실은 그 아이에게 내가 하고 싶은 말이 도대체 무엇인지 몰랐다.

일단은,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 이야기지만 그 친구가 나와 함께 있어 주었을 때, 

왜 나랑 만나나, 내가 좋긴 한가 하면서 의심을 했다는 것을 솔직하게 말해야 할 것 같았다. 

그리고 그 때는 표현하지 못했던 말, 나는 진심으로 너를 좋아했다고 말하고 싶었다.

그게 지금 다시 만나 사랑하고 싶다는 뜻은 아니었다. 지금은 사랑의 감정이 조금도 남아있지 않으니까.

그런데 그 과거를 완결지으려면 난, 그 말을 해야할 것같았다.


그렇게 생각만 하고 있었는데, 오전 세션동안 편지를 옆사람에게 읽어주는 시간이 있었다.

순천에서 올라오신 어떤 어른이 내 짝꿍이었는데, 내 편지를 들어보시고는, 

그렇게 마음에 남아 있는 건 매듭을 짓는 게 좋을 것 같다 하시며 그사람에게 편지 쓰기를 잘 했다고 말씀해 주셨다.


갑자기 막, 그 아이에게 전화 하고 싶어졌다.

미친 게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었지만, 말을 하고 싶었다.


점심 식사 후, 그 아이에게 전화를 걸었다.

헤어지고서도 연락은 종종하고 지내서 어색할 건 없었지만,

내가 

'난 지금 랜드마크 포럼에 참가 하고 있으며, 내 과거에 대해 발견하게 되었는데, 너를 만났을 때, 내가 너를 의심했다. 

생각해 보니 그때는 제대로 말도 못 했는데, 정말로 너를 좋아했다' 

고 말했다.

그 아이 입장에서는 주말에 부모님 도와 밭일 하다가 뜬금없는 소리들을 늘어놓는 전화를 받아서 그런지 할말을 잃었던 것 같다.

"오글거리냐?" 라고 했더니 그렇다고 하길래, 그냥 그렇게 말하고 싶었다고  전하고,

지금 여자친구와의 사랑 진심으로 응원한다고 말한 뒤에 다음에 얼굴 보자고 하며 끊었다.


ㅇ ㅏ.

그런데 뭔가 마음이 찝찝하고 불편하고 창피했다.

왜 그럴까?

깨달은 점은, 내가 어떤 대답을 듣고 싶었다는 것이다. "그 땐 나도 진심이었어"라는 그 친구의 대답.

내가 원하는 대답을 정해두고 전화를 걸어 하고 싶은 말을 주저리 주저리 하고는, 또 내 마음대로 불편해 하고 있었다.

난 사랑받아오지 못한 존재, 더 나아가 사랑받지 못하고 매력이 없는 "여자"라는 생각에 창피했다.

생각보다 이건 스스로 인정하는 게 꽤나 어려웠다.

사람들 앞에서 발가벗겨진 느낌이랄까.


ㅈ ㅏ. 그럼 여기에서 사랑받지 못했다는 것은 어디에서 오는가?

그 모든 생각은 내 열등감에서 왔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 모든 것을 말할 수 있다고 생각한 선희와 승희에게도 그건 창피하다고 느끼고 있을 만큼, 나에게 커다란 문제였다.


그 아이에게 카톡으로 또 그 모든 것에 대해 고백을 하고, 승희와 선희에게도 내가 느낌 수치심에 대해 고백을 했다.

아빠와 통화를 했을 때 만큼 ㅎ ㅏ!!! 하고 해소되는 기분은 안 들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자유로운 느낌이 들었다.


이제 나는 나 스스로를 사랑받는 존재로 인정하니까.

누군가 나를 싫어 한다고 해도 속은 상할 수 있겠지만 그것 때문에 움츠러들지는 않을 것이다.

모든 사람이 날 좋아할 이유는 없으니까. 

전에도 이렇게 생각은 했지만 받아들이기 힘들었는데 지금은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다.


얼굴에 생기가 도는 게 느껴졌다.

사실 처음에 포럼 참가하러 왔을 때, 어시스턴트들이 하나같이 밝은 표정에 편안한 얼굴을 하고 있는게 가식처럼 보였는데,

그 게 그들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 모습이 가식으로 보일 만큼 내가 마음을 꼭꼭 닫고 살았다는 것도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