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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비누로 머리 감기 중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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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여름즈음으로 기억이 된다.

'머리를 꼭 샴푸로 감아야 하는걸까? 

샴푸나 비누나 성분은 비슷할텐데 비누 하나로 머리도 감고 몸도 다 씻을 수 있으면 여행할 때도 편안 할 것 같은데...

샴푸 값도 안 들거고, 거품도 덜 내니 환경오염에도 조금은 덜 영향을 미치게 되지 않을까?'


2014년 7월 런던에 있는 토니앤가이에 가서 견습생 연습 모델되어 주면서 무료로 머리 자른 뒤에 미용실을 가지 않았더니

머리가 그때까지 처음 길어본 긴 길이로 길어버렸던 때였다.

머리가 길다보니 샴푸도 빨리 줄었다.

거품은 더 많이 났다. 마음이 불편했다.

머리도 빠지는 기분이고.


'비누로 머리를 감아볼까?

인도 아저씨들이랑 일하고 있으니까 머리가 떡지는 건 한국에 살 때보다 견딜 수 있을거야'


세수대야에 물을 받아 비누를 풀어서 식초를 약간 넣어 감아보고,

천연비누로 감아보고...

결국 도브 비누에 정착했다.

천연비누로 감았을 때는 머리가 더 뻣뻣하고 거품이 너무 나지 않아서 그런지 잘 안 감겨서 냄새가 났다.

좀 더 정성 스럽게 감았으면 괜찮았을지도 모르는데 일단 도브 비누에 정착해서 머리를 단련 시키기로.

사실, 파마머리가 더 잘 상해서 뚝뚝 끊기게 되는 상태가 되었다.


거의 두 달은 머리를 만지기 싫을 정도로 점심시간도 되기 전에 머리에 기름기가 꼈다.

일부러 묶고 다녔다.

자꾸 신경쓰였지만 참았다.

샴푸로 감아서 머리가 스스로 유분 조절 하는 능력이 떨어져서 다시 회복하는 것이라고 인터넷상의 수많은 블로그에서 봤기 때문에

괜찮아지는 날이 오겠지 했다.


뽜이널리.

비누로 감아도 괜찮은 시기가 왔다.


거의 일년 반 동안 비누로 머리를 감아왔다.


새로 산 비누를 처음 꺼냈을 때는 거품도 잘 향기도 좋은데 

거의 끝날 무렵에는 비슷한 거품으로도 머리가 제대로 안 감기고 비누 고유의 뭔가 가루 냄새 같은 것이 나서 

엄마한테 한 마디씩 들었다.

머리에서 냄새 난다고.

나도 내 머리 냄새를 느꼈다.

엄마는 내가 나가서 욕 먹을까봐 안절부절이었다.

제발 샴푸로 머리 감아라...


그래도 신경써서 감으면 샴푸만큼 향기롭지는 않더라도 비누향기도 나쁘지 않았고 

매일 지구를 위해 조금은 뭔가를 하려고 노력하는 데 의미가 있지 않을까하는 마음에 고집을 피워왔었는데...

2일 전에 다시 샴푸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그냥,

나만의 실험 1단락 마무리하는 느낌으로

비누로 머리 감기를 멈췄다.


그냥은 길게 말하기 싫어서이고...

여러가지 이유를 떠올릴 수 있겠지만, 

머릿결이 푸석하다, 머리에서 이상한 냄새가 난다 하면서 자꾸 뭐라고 하는 엄마말을 들으면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정말 쓸데없는 고집을 부리며 이상한 사람이 되고 있는 건 아닐까?


그렇지만, 

친환경 제품은 필히 찾아보는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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