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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actice Landmark Distinction

분별, "친해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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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순간


대화하다가 장난처럼 내뱉었던, 단순한 이 말 한 마디가 머릿속에서 점점점 커졌다.

자꾸 울렸다.

들여다 보고 들여다 본 후,

"친해지자" 라는 말을 누군가에게 꺼낸 것이, 내 삶을 통틀어 처음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그 말은 관계의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 같이 나타났다.

'친해지고 싶어'가 아닌, '친해지자'.

그리고 내가 말로 꺼내지 못 했지만, 사람들에게 정말로 하고 싶었던 말이었고,

거절 당할까봐 두려워서 하지 못 했다는 것을 보았다.

'가까워 지고 싶어, 소중한 사람이 되고 싶어' 라고 생각만 했던 것이 보였다.

그러고 싶은데, 난 그럴 수 없는 사람이었던 것이다.

친구들은 항상 다가오는 사람과 가까워졌고, 다가가는 것은 큰 용기를 내어도 너무나 어색한 일이었다.

 

커뮤니케이션 코스를 2번이나 하면서 발견 했던 사건이었지만 그게 왜 나에게 남아 있는지 모르겠어서 답답하기만 했던 일,

초등학교 1학년 청소 시간에 친구들이 나만 놓고 가버렸을 때,

머릿 속에는 남아 있는데 내가 그 때 무엇을 경험 했는지, 무슨 말을 하고 싶었는지,

그 일이 나에게 준 영향이 무엇이었는지 도무지 모르겠던 것도 이제 알 듯하다.

"내가 나타나면 사람들이 떠나!" , "사람들은 내가 있는 것을 싫어해!"

보이지 않았던 내 정체성이 명확해졌다.

내가 정말 신나게 대걸레를 맡겠다고 말했고, 반친구들은 그럼 너 혼자 청소하라며 나만 두고 나가버렸다.

8살짜리, 신나게 떠들고, 어울리고, 이쁨받고 싶었던 그 여자아이는 숨기로 결정했나보다.

말하기 싫은 것, 작게 말하는 것, 어시스팅할 때 너무 조심스러워 한다는 말을 들은 것, 어렸을 때 의사표현을 못 했던 것....
그저 무뚝뚝하고, 자주 욱하셨던
아빠탓으로만 돌렸었는데,

세상에 대한 내 반응들이 이해되기 시작했다.

그 때 난 마비가 됐던 듯하다.

좋은 친구들도 있고, 친척들, 동료들도 많은데,

가까운 사람이라고 느끼면서도 "친밀감", "친하다" 라는 말은 항상 어색하고,

적당한 거리감을 느끼는 이유를 알게 되었다.

내가 나타나면 사람들은 떠날 것이니, 멀어져도 괜찮을 정도로만 가까워졌던 것 같다.

사람들이 떠나는 것이 나에게는, 8살짜리 그 여자아이에게는 정말 두렵고 속상한 일이었나보다.

 

단 며칠, 같이 여행을 하는 일행과 걸을 때 이어서 뒤따라가는 것뿐인데도,

예전 한때, 나에게 먼길을 왔다가는 남자친구여도,

누구든 나에게 등을 보이고 가는 게 정말 싫었다.
같이 걷는 게, 차라리 먼길 내가 가는 게 더 나았다.

혜연언니가 "수정아! 너는 함께하고 싶은 사람이야" 라는 말을 해줬을 때 왜 눈물이 났는지도 이제 알았다.

워킹홀리데이도 그래서 혼자 갔나보다.

혼자 있는 연습을 하기 위해서!

"다른 문화권에서 일상을 살아본다" 라는 마음속의 미션을 실현하고 싶었던 활동이었지만,

그 안에서 나는 내가 어디까지 혼자 할 수 있는지 나를 시험해 보고 싶었다.

아마도, 혼자서도 괜찮고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것을 나에게 증명하고 안심하고 싶었던 것 같다.

에딘버러에서 만났던 스캇이 다른 세상을 모험하는 것도 좋겠지만,

가족과 친구들이 있는 동네를 떠나고 싶다고 생각한 적이 없었다고 말 했을 때,

왜 질투를 느꼈는지도 알 것 같다.
나는 옆에 누가 있어도 그것을 경험해 보지 못했던 것이다.

 

새삼,

인간이란 존재가 알지도 못하는 사이에,
의도하지 않은 상황에서 내려버린 순간의 결정이

삶을 어떻게 지배하는지 다시 한 번 보게 된다.

랜드마크포럼을 2013년에 했는데... 우와...

그렇게 두려운 일이었나?

내가 이것을 직면하려고 이제까지 어시스팅을 했나 싶을 정도다.

 

친밀감이 어떤 경험인지 어색하고 내가 잘 모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지만,

경험하고 느끼면 되겠지!
또 익숙하고 습관적인 그 존재방식이 튀어나오겠지만
알아채고 내려놓으면 되겠지!

이것을 발견하고 오늘 정말정말 설레고 신났다.

맞아! 분별이 이런 거였지!! 생동감이 이런 거였지!!

이 말을 꺼내고 싶게 만들어준,

오래 알고 잘 지내고 싶은 좋은 사람(배경:당신이 나에게 누구인지?)이 존재했다는 것에,
이 발견의 기회를 가져다 줬다는 것에,
정말 감사하다.

그 때의 그 8살 어린아이가 아닌,

나에게 이제 가능한 것은,

내 삶 속의 멋진 사람들과 친밀감을 경험 하는 것,

함께 있는 것,

그 안에서 자유롭게 자기 표현 하는 것,

사랑하는 것,

행복 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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