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랄랄라

오페라의 유령, 더 더 행복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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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영 언니와 마지막이라고 생각했던 관극 후,
아쉬운 마음으로 이따금씩 티켓창에 들어가서 취켓이 있는지 보곤 하던 중에,
"염이~ 나 그때 못 갔던 거 너무 아쉬워. 니가 자꾸 얘기하니까 조승우 뮤지컬 한 번 보고 싶어!"
"그으래???? 내가 표 알아볼까???????ㅎㅎㅎㅎ 앍!!! 어떡해~ 나 갑자기 막 설레!!!!"
하고는, 꽉 붙들고 있던 고삐가 풀려 3번을 더 봤다.
정말 잘 했다 싶다. 다른 걸 아껴! ㅎㅎㅎㅎ
 
자일곱 2023.11.08
하승이 시간을 내서 서울에 왔다. 만나고 보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닌데, 이렇게 시간 맞추기가 어려울 수가.
염박하 합체는 이루어 내지 못 했지만, 이렇게 같이 관극을 하게 되다니, 감격스러웠다.
빵순이, 버거걸즈인 우리는 만나자마자 햄버거를 먹고, 빵을 잔뜩 사고, 폴바셋 커피의 신세계를 처음으로 만났던 그 추억의 장소, 신세계 백화점 지하의 폴바셋 커피집에서 커피를 마시고, 샤롯데 극장으로 갔다. 시간을 정말 알차게 쪼개 써야지.
큰 마음 먹고 올라오는 그녀에게 좋은 자리 티켓을 구해주고 싶었지만 2층 뒷블록 자리 밖에 구하지 못 해서 아쉬웠다.
다 보여서 좋다는 하승의 말에 위로를 받았다.
초반부터 당황 했던 건, 조유령과 송크리가 배타고 나올 때부터 눈물이 나려고 했다는 거. 벌써부터 슬퍼버리기...ㅠㅠ
1막에서는 오페라의 글라스를 하승에게 주어서 오랜만에 전체적인 무대와 음악만을 즐기게 됐는데, 그게 오히려 좋았던 것 같다.
하승이 멀미가 나서 못 보겠다고 해서 2막에서는 오페라의 글라스로 배우 표정연기도 보고, 극에 흠뻑 빠졌다.
자리는 이전보다 훨씬 멀었지만, 뭔가 완벽한 관극을 한 기분.
한 달만에 와서 그런 건가? 아니다. 
배우의 노래와 연기가 진화 했다.
2막에서는 유령이 크리스틴과 함께 할 수 없다는 정해진 사실을 알아서라는 생각이 들어서였는지는 몰라도,
어떻게든 크리스틴을 옆에 두고 싶어하는 마음이지만 그녀는 그러지 않을 거라는 것을 알기에 어쩔 줄 몰라하는 그 감정이 분노와 눈물로 터져나와버리는 것을 있는 그대로 표출하는 것 처럼 느껴졌는데, 그 모습이 광기로 보였다.
가엾은 미친놈. ㅠㅠ
이날 유령은 크리스틴을 "가~엾어라! 작은 내 아이" 라고 불렀고,
나는 유령을 "가~엾어라! 슬픈 내 유령" 이라고 불렀다.
극이 끝났는데도 유독 자리를 뜨기 힘들었다.
하승 차 시간 때문에 조유령 퇴근길을 볼 수 없어서 아쉬웠지만, 주차장을 지나면서 외쳤다.
'덕분에 벅차게 행복해요!'
고속버스터미널로 가면서 하승은 유령 캐릭터와 라울을 극현실 버전으로 비교하는 코멘트 하면서 내 환상을 깨뜨렸지만,
크리스틴이 예쁘다, 다른 크리스틴도 궁금하다, 칼롯타도 정말 노래 잘하더라, 피앙지도 귀엽고, 마담지리가 아주 매력적이었다, 앙드레가 초대 팬텀이었다, 발레단도 정말 아름답다, 전에 샹들리에가 안 떨어지고 배가 안나 왔던 사고가 있었다더라 하는 뒷얘기까지, 끝없이 이야기를 나누었다. 스누조는 우리가 오빠라고 부를 수 있는 배우라 좋다는 말도. 
모르는 사람들과 인터넷 상에서 공감하는 것도 재밌었지만, 절친과 공감하며 나누는 대화에는 남다른 신남이 있었다.
 
그 가엾은 미친놈 생각으로 이날은 잠도 잘 못 잤다.
정말 유령과 크리스틴의 감정선이 내 몸 속 어딘가로 깊이 깊이 들어와버린 느낌.
자려고 누웠는데도 눈물이 날만큼 처연했다.
유령의 깊은 슬픔, 그 것을 딛고 사랑하는 사람을 놓아줄 수 있는 사람으로 성장한 모습을 보는 안도감.
어딘가에서 씩씩하게 살아줘! 여러가지 감정들.
어떤 극을 보고 내가 이렇게까지 감동받고, 감각이 살아날 수 있다는 것에 놀랐던 날이랄까.
놀라운 스누조!
그리고 하승이 깨뜨린 환상은 내 낭만으로 다시 잘 붙여놓았다.
다음 날 하승이 해준 한 마디는 퇴근길을 보는 설렘만큼 마음을 울렸다.
"염아! 음악이 자꾸 생각나서 찾아 듣게 되네. 정말정말 좋았어. 덕분에 너무 좋은 경험을 했어."
우리가 그동안 나누었던 많은 이야깃거리 중에 이렇게 새로운 감동이 더해졌다는 게 곱씹을 수록 감사하고 행복하다.
 
 
자여덟 2023.11.10
정말 한 번쯤 보고 싶었던 캐스팅 페어, 조손송이.
'ㅇ ㅏ... 이때 아니면 정말 못 볼 것 같은데...' 라는 생각으로 혹시나 취켓사냥 하던 중,
"얽!!!! 2층 B구역 무려 2열!!" 홀린듯이 결제를 해버렸다.
이 음색의 조합과 연기도 기대했던 만큼 아름다웠다. 
말로만 듣던 장대로 장막 걷어내기를 목격하게 돼서 혼자 피식 웃었는데,
처음에 칼롯타 나왔을 때부터 울컥해서 또 당황했더랬다.
모든 배우들이 연기하며 내 뿜는 그 에너지가 주는 감동 같은 걸 내가 더 크게 느끼기 시작한 것 같다.
그래도 당황스러운 건 당황스러운 것. 눈물날 포인트가 아니잖니!
이번에도 심장 뚫고 들어오는 미러! 2층이지만 앞쪽 중앙 자리라 소리가 더 크게 들려서 또 홀딱반했지.
그 파워, 인상적인 목소리, 매력가이 조유령.
밤의 노래도 특히 더 아름답게 들렸던 공연. 사실 모든 넘버가 좋다.
오늘은 또 다른 레벨로 깊은 감정선이 경험되어서 또 한번 생각했다. 이래서 회전문을 돈다고 하는 거구나. 놀라운 스누조!
지난 번부터였던 것 같은데 믿었다는 크리스틴에게, 믿었다는 그 말을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날? 크리스틴... 날 시험하지 말고 선택해" 라고 소리치는 장면의 감정선이 유독 와 닿는다.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그 장면의 유령을 보고 있으면 이미 슬픈데 저 멀리서 해일같은 더 큰 슬픔이 시작되는 게 보이는 기분이랄까. 혼자남겨질 모습을 이미 알고 있어서 그런 것 같기도 하고. 모르겠다. 그냥 뭔가 일렁거려.
이번에도 눈물 쏙 빼고, 커튼콜 박수도 많이 많이!!!!!
세번째 막 달려나올 때, 정말 신나! 또 하나의 멋진 작품을 만들어낸 배우들에게 정말 감사와 축하를 전하고 싶다.
 
잠실 푸바오 조유령 퇴근길 기다리는 장소에 갔지만, 끝나고 오케스트라에 꼭 박수도 쳐야하고 화장실도 가야하는 나는 가까운 자리는 꿈꿀수 없지. 대신, 내 기준 설렘이 최고조에 달하는 배우님이 문열고 나오는 순간을 볼 수 있는 화단 쪽에 갈 수밖에 없는데!
세상에! 어머나! 8월즘에 봤던 타이완 친구가 또 와 있었다. 배우님한테 같이 엄지척을 날렸던 그 친구! 분명히 그때 휴가를 많이 끌어다 썼댔는데, 이번에도 거의 2주가 조금 안되는 기간동안 머물면서 5개의 공연을 본다고 했다. 대단한 열정! 와~ 호텔비랑 비행기랑 그 비용은 다 어떻게 감당하는 거지? 신기할 따름. 할만하니까 할테고, 열심히 일해서 좋아하는 것에 돈 쓰고 행복 얻으면 되는거지! 내가 그렇게 하고 있듯이.
그래도 아는 얼굴이라고 정말 반가웠다. 1시간동안 수다떨 사람 있어서 좋았달까! 그렇게 기다려서 본 배우님은 커다란 차에 가려서 잘 안보였지만, 뒷걸음질쳐서 인사하고 얘기 들어줬으니 캄사! 소듕한 순간!
"덕분에 너무 행복해요!"
"최고였어요!"
정말 매번 새롭게 최고다!
카퍼레이드, "안녕히가세요!"
이날의 기억은 이상하게 희미해서 복기해보려고 엄청 애썼는데, 그 이유는 아마, 더는 미룰 수 없어 한 달 반만에 체육관에 복귀를 하게 돼서, 공연 후에 공연을 떠올리지 못하고 스파링데이의 연속 스파링을 하느라 그랬던 듯! 희미해진 건 아쉽지만, 덕분에 스파링도 행복하게 했다. 
 
 
자아홉 2023.11.15
1층 왼쪽 블록에서 보는 공연 처음이다.
ㅇ ㅏ... 내 작은 방광이 또 시작이다. 나 분명히 입장하기 전에 화장실 다녀왔는데, 너무 일찍 다녀와서 심통난거니? ㅠㅠ
유령이랑 크리스틴이 배타고 지하미궁 갈 때부터 조금씩 화장실이 가고 싶더니 우어! 1막 끝날 때는 좀 힘들었다. 
제발 중간에 나가지만 않게 잘 참아달라고 바라고 바랐던 나만 아는 안타까운 순간들! ㅎㅎㅎㅎ
그래도 계속 디테일 안 놓치려고 열심히 봤는데, 신경을 뺏긴건 어쩔 수 없었다. 속상해!
게다가, 왼쪽 블록에서는 배우 동선에 따라 말을 하고 있는 주요 인물이 가려서 안 보이는 경우도 있었고,
무엇보다 천사상에 있는 유령이 날개에 가려져서 보이지 않았다. ㅇ ㅓ... 이런. 아까워!
그 와중에 샹들리에 가라고 소리치고 망토자락 놓쳐서 얼른 다시 잡고 떨어지는 샹들리에 바라보는 유령보고 호홋.
그래도, 각도상! 마스커레이드 보기에는 최상의 자리였다. 대각선 계단이 정면으로 보이는 위치여서, 9번 관극 중에 가장 멋있고 화려했다.
놀이공원에서 보는 퍼레이드 볼 때 신나는 것처럼, 갖가지 마스크쓰고 노래가는 마스커레이드 장면 보면, 기분이 정말 좋아진다.
오늘은 돈주앙 공연 하다가 크리스틴이 눈치채고 망토를 제끼고 마스크 벗겨내기 전에 부르는 노래
"사랑한다 내게 말 해줘요! 나를 홀로두지 말아요!" 하는 노랫말, 표정에서
사랑받고 싶어하는 모습이 정말 짠했다. 슬프고, 안타까워서 말로 표현이 안 돼.
그리고 미궁에서 크리스틴과 키스 한 번 하고 어깨에 머리 쿵, 두 번째 키스 하고 머리 쿵! 정말 보내기 싫은 마음이 느껴졌달까.
크리스틴이 돌려준 반지 받으면서 말하는 "사랑해". 언제 들어도 이때의 "사랑해"는 슬픔이 가득하지만, 아름다워.
보면 볼 수록 조유령이 크리스틴을 보낼 때 오열하는 그녀들을 보면, 이정도면 라울이랑 갈 게 아니라 유령이랑 사랑해야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든다.
그리고 컷튼콜!
내 눈 무슨일이야? 너무 조유령만 바라봤나보다. 세번째 나올때 송크리가 눈물 흘리면서 "감사합니다" 하고 말하는 건 분명히 봤는데, 조유령이 자리 바꿔줘서 그녀가 중앙에 있었다는 건 전혀 알아채지 못했다. 사람들 후기 보고 알아버렸다는. 당황스러워!
전해들은 거지만, 그렇게 동료배우에게 갈채가 갈 수 있게 해주는 그런 모습, 서로서로 아껴주는 그런 모습이 참 감동적이었다.
 
이제, 3막, 퇴근길보러.
오늘은 타이완 친구가 만났던 그 자리로 꼭 오라고 해서 찾으러 갔는데, 힘이 하나도 없어보였다.
알고보니 추운 날씨가 갑작스러워서 감기 몸살에 단단히 걸린 모양이었다. 금요일에 그 친구가 핫팩 같은 거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던 게 생각나서 집에서 두 개 챙겨 갔었는데, 다행이 날이 생각보다 안 추우서, 그 핫팩을 그 친구 배에 붙여줬다. 결국 50분을 기다리고 집에 가야겠다고 자리를 떠 버렸다. 
언제나 처럼 나올 시간이 가까워 오자 심장이 두근거리고, 문을 열고 나오는 순간 설렘이 최고조! 멀어서 작고, 어두워서 잘 안보여서 그렇지, 정면에서 바라보며 손흘들어주는 모습도 좋아요!
프리파이널이라 사람들이 더 많이 왔고, 응원의 말들이 쏟아지고 에어허그가 있었던 퇴근길.
에어허그에 빵터짐! ㅎㅎㅎㅎ
말했지만 전달 안 된 "행복하세요!" “최고에요”
애쓰지 말자. 함께 존재하자.
저는 덕분에 감동받고 계속 더더 행복합니다.
남은 공연 파이팅!
 
집에 오는 길에 이성당에서 빵을 사고 지하철타러 가는길에, 아파서 빨리 못 가고 다시 돌아와서 조배우님을 잠깐 봤다는 타이완 친구랑 마주치게 되어서 약국에서 약도 사게 도와주고, 내가 고른 빵 중에 코코넛 들어간 게 좋다고 해서 뭐라도 먹으라고 쥐어줬다. 부디, 얼른 쾌차해서 막공을 즐겁게 보고, 퇴근길 응원도 신나게 하고 가기를. 나도 서울 막공 보고싶다요! ㅠㅠ 나중에, 그녀가 말한 대로 한국 어학당에 오게 되어서 혹시나 보게 되면 반갑게 인사하기로!
일주일사이 3번을 보니까 좋은 건 디테일이 더 많이 보이고, 이젠 조유령 목소리로 된 넘버들이 희미해지지 않고 자동 반복 되는 것.
음원 정말 나왔으면 좋겠다. 플리즈~
 
하승이 또 한 번 보고 싶댔으니까, 대구도 한 번 쯤 가볼까? 😉 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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