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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속

대리님은 도대체 뭘 좋아하세요?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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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화 하나

점심 식사 후, 회사 주변을 산책하던 어느날, 화준씨가 마음에 드는 지갑에 대해 얘기를 했다.
화준씨는, 비싸고 싸고를 떠나 지갑을 좋아해서, 마음에 드는 지갑은 손에 들어올 때까지 계속 생각난다고 했다.
그렇게 산 지갑을 일주일에 한 번씩 바꿔서 든다고 했다.

"오아 진짜 부지런하다- 전 지갑에 관심이 없어요. ^^"
내 대꾸였다.

심지어 내가 갖고 다니는 것은 검정색 남자 지갑.
내 지갑은, 사회생활 시작했을 때 내가 번 돈으로 기쁜 마음으로, 재질이며 색깔이며 고르고 골라 산 것이지마는,
부피가 커서 불편함을 느꼈고, 사실 현금을 많이 안 들고 다니니 필요성도 모르겠어서
몇년전 출장중에 아빠 사다드렸다가 맘에 안 드신다며 퇴자 놓으신 지갑을 교환할 데가 없어 내가 쓰고 있달까.


# 대화 둘

내 전화기는 약정이 끝났다.
어느 날부턴가 전화가 제대로 안 됐다.
그래서 '전화기를 바꿔야 하나,
그 돈 들일거면 아이패드 미니를 사고 싶은데...'
하면서 생각만 하고 있었다.
아이패드 미니가 레티나였다면 당장 질렀을지 모르지만 그것도 아니고,
딱히 전화가 불편하긴 했지만 가끔 안 되는 건데 굳이 여기저기 알아보면서 바꾸고 싶다는 생각이 아직 안 들었다.
그러고 있는 걸 옆에서 화준씨가 보더니
이건 어떻고 저건 어떻고 얘기를 해 주는 데 뭔가 어렵고 귀에 안 들어 온다 ㅜㅜ
아직 안 사고 싶어서 그런가..

화준씨는 전화기 신제품 동향이나 요금제에 대해 관심이 많은 편이라고 했다.
"그렇구나... 전 제가 사고 싶을 때 알아봐요. 그리고 중간에 안 바꾸고 안 될 때까지 쓴 다음에,
다시 살 때는 꼭 내가 쓰고 싶은 거 사요! ^^"
내 대꾸였다.
사실... 무료폰이 많은 요즘엔 이게 오히려 낭비일지도 모르는데...
여튼,
그러던 어느날부터 내 전화기는 배터리만 빼고 비교적 정상적으로 돌아왔다.
약정끝나서 기기값도 안 들고, 그냥 난 내 전화기가 좋으니 레티나 미니 나올 때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전화기 바꿀까란 얘기는 정말 지나가는 얘기가 되었다.


# 대화 셋

"대리님 네이트 판 보세요? 웃긴 거 진짜 많은데..."
"아니요. 친구가 재밌는 리플 보라고 하면서 URL줬던 거 말고는 본 적 없어요. ^^"
내 대꾸였다.

그렇게 여러번의 대화 끝에 화준씨가 물었다.
"대리님은 도대체 뭘 좋아하세요? 당최 공감대 찾기가 힘들어요-
그런 거 없으세요? '난 이건 누구한테 절대 양보 못 해' 혹은 '이건 새로 나오면 꼭 가져야해' 하는 거요. 전 지갑이랑 운동화가 그래요.

그리고 집에가시면 뭐 하세요?
요즘엔 블로그 하는 게 낙이에요!!"

"ㅇ ㅏ 그래요? 그러게 난 뭘 좋아하지?
..........빵?!!! ㅋㅋㅋㅋㅋㅋ

음..... 저도 뭐 살 때는 꼭 마음에 드는 걸 사야해요. 그런데 새로 나왔다고 꼭 갖고 싶다던가 했던 건 없는데...
가방도 딱 두번 꽂혔었는데, 둘 다 약 40-50정도 하는 거? 긍데 안 사고 그냥 넘어갔어요. 긍데 그렇다고 모아놓은 게 많은 것도 아냐. 뭐지? ㅋㅋㅋㅋㅋ
ㅇ ㅏ! 먹고 싶은 건 꼭 먹어야 해!!!

그리고, 집에 가면, 나 혼자 엄청 바빠요.
방닦고, 설거지 하고, 씻고 하면 잠 잘 시간이던걸요;;;
그거 말고는....
가끔 책읽거나,
이웃 블로그 글 읽거나,
친구들이랑 카톡하거나,
요즘엔 코칭 숙제도 하고,
.... ㅇ ㅏ 요즘엔 펴 놓기만 하고 못 보는데, 영어 드라마 스크립트 읽기 재밌어요.
기술 공부는 안 하지 ㅜㅜ"


이런 대화가 몇 번 있은 이후로, 계속 머릿속을 맴돈다.
내가 그렇게 무미건조하게 산다는 생각은 안 했는데, 나름 즐거워하며 뭔가 바쁘게 돌아가고 있는 내 일상인데...
저렇게 대화를 하고나니 난 아무것에도 관심없고 재미없게 살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던 걸까?
'나는 뭘 좋아하는가?'

화준씨는 뭔가 얘기가 나오면 바로 호불호를 표현했던 것 같고,
은영 대리님은 웹툰을 특히 좋아하고,
연경님은 블로깅에 열심히고....

'난 뭘 좋아하지?'




iPhone 에서 작성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