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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4 August 2016 - 귀국 후, 한 달 하고도 2주 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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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31일 에딘버러를 떠나 캠브리지, 바쓰, 런던을 거쳐 베를린과 파리를 끝으로 한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ㅇ ㅏ, 그간의 소소한 것들을 모두 잊어 가고 있고, 돌아와서의 감흥도 잊어버리고 있는 중이다.


광저우에서 연착 되어서 3시간 대기면 될걸 5시간은 대기하고 돌아왔다.

그간 여행 때문이겠지만 이제 비행기가 타기 싫을 정도로 피곤하고 지쳤다.


공항에서 동생 선물을 급하게 산 뒤, 대전으로 향하는 버스를 탔다.

지난 2년이 없었던 것 처럼, 그 모든 것이 하룻밤 꿈처럼 느껴졌다.

주위에 파란 눈에 하얀 피부를 한 사람들이 있다가, 나와 비슷 한 사람들이 걸어다니는 걸 보니 한국에 왔구나 했던 게 떠오른다.

한동안 그리움에 돌아오고 싶었던 마음이 커서 그랬는지, 그 자리에서 한결같이 지키고 있었던 모든 이들이 고마웠고, 돌아올 곳이 있다는 것이 그렇게 감사할 수 없었다.


전화기를 잃어버려 와이파이로 연락하기도 힘든데 내 초인종 소리를 못 들은 라더 때문에 바깥에서 한두시간 헤맸다.

아이패드가 있어서 혹시나 하고, 근처 상가 치킨집 가까이에 가서 날아다니는 와이파이를 찾아 페이스북 메시저로 전화를 걸었더니 올~ 라더랑 통화가 되었다.

집에 오자마자 동생 선물을 꺼내 주었으나 이미 가지고 있는 아이템이라 별로 기뻐하지 않는 얼굴을 마주했다. ㅋㄷㅋㄷ

상관없다. 알아서 쓰겠지. 

집밥 먹고, 아빠가 오셔서 포웅으로 인사를 나누었다.

그리고 귀염둥이 우리 엄마, 나를 보자마자

"응, 우리 수정이 왔어? 결혼해야지!!"

허허, 언제나 본인이 제일 하고 싶은 말을 초집중해서 하는 매력은 여전했다.


집에서 잠만 자며 시간을 보내다가,  "보고 싶었던" 할머니와 친지분들과 식사하고, 

 "보고 싶었던" 승희, 윤선이, 희영이, 옥미, 아름이를 만났다.

그리고 한달이 지나서야 서울에 올라가 "보고싶었던" 이전 회사 분들, 친구들, 선배들을 만났다.

기준은 먼저 연락을 주는 사람.

신기하게도 위도에 따른 기압차 때문에 발생한다는 관절통으로 아무 의욕이 나지 않았다.

무릎, 발목, 손목, 골반.. 모든 관절이 아파서 몸이 축축쳐졌다.

2년이, 그리 긴 시간인가?


일주일은 각종 피검사, 관절 검사, 부인과 검사로 병원을 왔다 갔다 했고,

일주일은 신청만 해 놓고 밀릴대로 밀린 edX HTML5 강의를 따라잡아야했다.

코딩을 연습해야하는데 퀴즈만 풀면 인증서를 주는 함정이 나에게는 다행스러웠다. 

아니었으면 인증서 받으려고 낸 돈이 날아가니까?!!!! 크크..


엄마가 얘기 했던 대로 마음을 얼마나 닫아 버리고 체념으로 가득하지 라더랑 의사소통 하는게 어려워서 속상했지만,

엄마랑 아빠랑 내가 이렇게 평화로운 마음으로 함께 할 수 있었던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게 놀라운 요즘이다.


지난 2년간 깨달은 가족의 소중함,

온전함 세미나를 들으면서 엄마의 걱정을 완결했던 경험 (계속해야하긴 한다),

내가 어떻게 반응하는지에 대한 관찰,

여행하면서 했던 여러가지 생각들이 나를 변화시켰나보다.


집을 떠난 후 10일 이상 엄마랑 같이 지내는 건 괴로움이었는데 한달하고도 반이 더 지나가는 시간 동안까지 평정심을 잃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 참 좋다. (랜드마크 생유)

엄마가 하는 말들을 더 마음을 열고 들어야 할 필요를 느끼고 있는 만큼 앞으로도 듣기 훈련을 더 많이 해야겠다.


엄마가 일찍 오거나 쉬는 날

작은 커피잔에 커피 한잔씩을 타서 텔레비전을 보면서 마시는 그 시간이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다.

행복이 가슴 속에서 피어나는 경험이다.


한 가지 두려움은,

그게 너무 행복해서 내가 마냥 집에만 있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시간이 정말 정말 빨리 가고 있다. 

텔레비전 본 것 밖에 없는데.... 허허.

이제는 새로운 일도 구하고,

영어 공부와 기술 공부도 더 열심히 하고 책도 잃으면서 준비 해야 할 때이다.


그런데 아직도 모르겠다.

한국 회사에서 일하면서 내가 조금이라도 기여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면서도,

좀 더 발견된 경험을 다른 나라에서 더 하고 싶은 생각이 동시에 들기 때문이다.

우선은 다시 일을 시작할 수 있도록 준비.


나에게 어떤 기회들이 펼쳐질지에 대한 "호기심"을 가지고 움직이기.

그래야만 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즐길 "놀이"로서의 삶.

돈도 많이 벌기. 

이제 다시 0원이 되는 반복 말고 좀... 쌓아보자. 흐흐.


뭔가 소소하게 하고 싶었던 말이 많았는데 다 잊어버렸다.

기록은 역시, 그때 그때 해야 제맛. 

ㅇㅏ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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