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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일요일.
서울에서 가져와 마구잡이로 놓아 두었던 짐을 정리하라며 엄마가 이것 저것 풀어놓았다.
책들은 정리해서 찾아볼 수 있게 피아노 위에 올려두고,
버릴 물건들을 정리했다.
예전에 사용했던 연습장들을 펴 보는데 잊고 있었던 기록을 발견했다.
처음 내가 말을 꺼내고, 고백받았던 네이트온 대화와 내 심정들.
허허... 나에게 그런 연애감정들이 있었구나;; ㅋㄷ
막연하게 기억하고 있었던 내 궁상맞은 감정들이
언어로 눈앞에 나타나는 순간이었다.
혼자만 좋아하고 끝난 줄 알았는데 잘 읽어보니 아닌 순간들도 있었네.
같이 본 영화, 공연, 밥 먹은 영수증... 별 걸 다 붙여놨다.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은 지금에 와서 계속 그 기록을 가지고 있을 필요는 없지만 살짝 고민이 되었다.
그 과거에 내가 어떤 감정을 가지고 있었는지에 대한 기억쯤으로 가지고 있어도 되지 않을까?
그래서 오늘까지 생각해 보다가 다시 열어보았다.
그런데 다시 읽고 싶지가 않았다.
다르게 말하면 그 기억을 곱씹으며
그때의 나를 바라보는 게 유쾌하지 않고,
내 모습을 미워하고 싶지 않고,
ㄷ ㅓ 나아가서는 그것을 반복하고 싶지 않다.
다르게 , 재밌게 해야지 않겠나?!
내려놓는다.
나도 모르게 완결이 되었나보다. ㅋㄷㅋㄷ
그 기록들을 죽죽 찢어버렸다.
요즘 매일 듣는 말로 선자리가 와도 내놓을 수 없는 피부를 가지고 로맨스가 있을까 싶지만 (ㅇ ㅏ, 그때도 이 피부였네?;;;;;)
혹시 모르잖아라는 말로 위로를 해 본다.
씁쓸하구만...
여튼, 나도 모르게 그 자리에 있던 과거 하나를 쑥 빼 놓은 기분이다.
나쁘지 않군.
흐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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