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어디에서 봤는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 노무현 전 대통령 추천 도서라며 "칼의 노래"라는 책 제목을 들은 적이 있다.
'엄청 길고 지루할 것 같다'
라는 생각을 하고는 잊고 있었지만, 제목이 멋있어서 언젠가 한 번 읽어 봐야하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최근에 읽기에 재미가 들어 그랬는지 다시 그 제목이 머릿속에 떠 올랐다.
검색을 해 보니, 내 생각과는 달리 단권으로 된 장편 소설이었다.
그리고 이순신 장군이 화자였다.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더더욱 커졌다.
다른 소설과 좀 다르게 느껴졌다.
일단은 활자로 읽어들인 것들이 머릿속에 쉬이 그려지지 않았다.
그게 우리나라 남해안 지명이 많이 나오는데 어디쯤인지 감을 못 잡아서 이기도 했지만,
문장이 몇번을 곱씹어야 받아들여졌다.
내가 책을 읽기 싫어서 그런건지 아직 깊게 읽고 이해하는 능력이 부족해서 그런 건지 한 번에 쓱 읽히지는 않아도
몇번씩 읽을 수록 맛있는 문장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렵지만 느낌있는 책이다.
후에 다시 읽어 볼 책 목록에 추가했다.
한 사람의 자연인으로서 무능한 임금과 관료들의 결정으로 죽게되지 않기를,
자신의 죽음이 자연사 이기를 바라는,
그래서 싸움에 져 바다로 떨어지는 수많은 적병들을 보면서도 그들의 두려움과 아픔을 헤아려보는
화자의 수많은 고민들이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그 죽음에 대한 수많은 고민들 사이에
새로운 곳에 가서도 삶을 이어나가는 백성들을 보며 살아가는 것들의 아름다움을 바라보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결국 죽음에 대한 수 많은 고민은 살고자 하는 의지와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잘 볼 수 있는 글이 아니었을까?
"밥"이라는 소제목이 붙은 부분의 통찰을 정말 뭐라고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마음이 심하게 울렁 거렸다.
누군가는 굶어 죽는 옆에서 다음 전장을 위해 내 입으로 먹을 것을 밀어넣어야하는 인간의 모습이 보여주는 무엇이 있었던 것 같다.
사실 이야기 속에서 말하고 있는 사람이 차가울 정도로 객관적이었는데
동시에 따뜻했다.
내가 좀 더 깊은 통찰을 갖게 된다면 어떻게 이 글이 읽힐지 궁금하다.
"내 몸 속 깊은 곳에서 징징징 우는 칼의 울음 소리" (본문 중)
징징징.
징징징.
몸 속 깊은 곳에서 우는 저 칼의 울음 소리가 뭘 의미하는지 사실 난 잘 모르겠지만,
계속 생각이 난다.
내 안에서는 어떤 것과 싸우기 위해 칼이 징징징 울음 소리를 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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