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랄랄라

홀딱 빠졌다! 여행이 필요한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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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살고 있는 집으로 이사 온 뒤로, 출퇴근은 걸어서 한다. 

지하철을 탈 때는 꼭 하나씩 집어 들었던 조간 무료 신문에는 관심이 없어졌지만, 

일주일에 한 번씩 혹은 몇 주에 한 번씩 등장하는 잡지는 보이는대로 챙긴다. 


12월 말, Bookzine이라는 제목의 잡지를 들고 바삐 회사로 갔다. 

그리고 며칠에 걸쳐 보일 때마다 조금씩 책을 소개하는 한페이지 한페이지를 읽어내려갔다. 

뭔가 거기에 나오는 책들은 다 재밌어 보여서 한 두 권은 사야지 싶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기 때문에 

첫 페이지부터 끝까지 어떤 책이 있는지 보게 됐다.


그중에 여행 도서에 대한 소개부분이 있었다. 

대충 내용을 안 봤을 때 인상은, 

제목 "여행이 필요한 시간"은 뭔가 진부한 것 처럼 느껴졌고, 

사진을 보니 젊은 청년이 쓴 것 같은데 기사는 꽤 많은 지면을 할애해서 소개하고 있다는 느낌이었다.

그러나 기사의 1/3을 읽었을 때, "뭐야!! 이런 세계가 있었단 말이야?" 하는 생각과 동시에 책 구매를 확정 지었다.


카우치 서핑!!

나에겐 정말 생소한 말이었다. 그렇지만 이미 전 세계에 네트워크가 뻗어있고, 

사람들은 그렇게 관계를 맺으며 세계를 만나고 있었다. 

난 너무 아는 게 없는 사람처럼 느껴졌다.

그에 대해서 인터넷 검색을 몇 번 해보고는 그 사이트 가입까지 했다. 아직...내 프로필을 기입하지 않았지만.


책을 받아 보았을 때도 같이 산 다른 책을 보다 읽기에 우선순위를 두지 않았다. 

맨 처음에 있는 카우치 서핑에 대한 소개를 먼저 읽고, 책을 덮어 두었다. 

여행에 대한 감상이 담겼을 2부 내용은 내가 휴식을 하고 싶을 때 편안하게 읽고 싶었기 때문이다.


책을 사고 일 주 일 후, 주말, 

배를 깔고 따뜻한 방에 엎드려 "여행이 필요한 시간"을 폈다. 

책에서는 여행한 나라에 대한 간략한 정보, 역사, 가보기 좋은 곳 등과 같은 정보를 보여준 뒤, 

그 여행에서 만난 카우치 서퍼들과 있었던 이야기들이 등장했다.


처음에 나오는 두 여행 이야기를 읽고 난 뒤에,

이 책은 내가 서점에서 사려고 들었다 도로 놓고 나온 여느 여행 서적과 다르다는 생각을 했다.

혼자만의 감상을 미려한 어휘들로만 꾸며놓아 오히려 읽기 피곤했던 그런 책들과 말이다.


책 속에 있는 이 남학생은 정말 온 몸으로 넓은 세상을 만나고 있다는 생각을 들게 만들었다.

여행하는 곳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과 만났을 때, 

그들이 주는 문화적 차이를 극복해 나아가는 과정에서 성장하고 있는 한 사람을 볼 수 있었던 것이다.

글 읽는 속도가 느린 나로서는 어떤 책을 읽어도 빨리 읽어 버리고 싶어서 답답해 했는데, 

오히려 이 책은 내가 하나하나 읽음으로 해서 궁금해 할 수 있는 다음 이야기가 줄어드는 것이 아깝다는 생각을 하게했다.

회사에서도 빨리 집에가서 이 책을 읽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여행이 필요한 시간" 이란 제목이 지금도 큰 끌림을 주는 것은 아니지만 

지나치게 예쁘게 꾸미려고 하지 않은 느낌이라 좋고, 

"숙박비 0원으로 유럽의 속살을 만지다" 라는 말이 처음에는 부담 스러웠지만, 

속살을 만진다는 말이 정말이라는 걸 지금은 안다.


이 책은 정말 담백하고 맘에 든다.


바로 어제.

아끼고 싶었지만 멈추지 못하고 모든 이야기를 들여다 보고 말았다.


다 재밌는 이야기였지만 한 가지만 골라보면

크로아티아 스플릿 여행 중 눈이 와서 고립되었던 사건이다. 

저자가 이틀을 더 머물면서, 어쩌면 그곳의 진짜 모습을 좀 더 자세히 볼 수 있었던 기회가 아닐까 싶어서.

참, 전체적인 이야기가 유쾌했던 건 아니지만, 라트비아에서 카우치서퍼 마리오에게 음식을 해주려는데 

마리오가 카메라를 들이대며 지나치게 관심을 보이는 통에 긴장을 한 저자가 

썰려던 양파를 몇번이나 굴러 떨어뜨렸다던 부분에서 귀여워서 그랬는지 어색한 상황이라는 걸 인지하고 있었으면서도

뜬금없이 빵터진.

역시... 뜬금없는 내 웃음 포인트;;


그런데 뒤로 갈 수록, 많은 생각이 마음을 심란하게 했다.

난 항상, 내 일상이 있는 이곳이, 지금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알고 있지만,

언제나 어디론가 떠나 다른 삶을 살고싶어 했는데 그것의 실체가 뭔지 잘 모르겠다는 혼란이 왔다.

책 속에서 희창이라는 저자가 만난 카우치 서퍼들은 저마다의 색깔을 가지고, 

제자리에서 자기 삶을 소중히 지켜나가고 있었다.

그런 그 사람들을 통해서, 다른 삶을 만날 수 있었고 난 뭔지 모를 기쁨을 느꼈다.


그런데 왜 정작 난, 내가 매일매일 만들어가는 내 일상을 벗어나고 싶어하기만 하는가?

다른 누군가도 내가 살아가는 내 삶을 보며 다름을 느끼고, 그 안에서 가치를 찾을 수 있는 것 아닐까?

내 안의 가치를 너무 가볍게 여겼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많은 이야기 중에, 분명 사람들을 만나는 여행이었기 때문에 

잘 맞지 않는 사람들과의 어색함도 있었고, 따뜻하고 즐거운 이야기도 있었는데, 

불편한 사람들과 만났던 이야기를 보았을 때 '이런 사람들을 만나는 거라면 썩 내키지는 않군'하는 느낌이 들어, 

처음 카우치 서핑을 알게 되었을 때 정말 정말 경험해 보고 싶다는 내생각이 진심이었을까 싶었다. 

생각만 해도 피곤한 인간 관계를 여행에서도 느껴야 하나...

그런 나를 보며 또, '난 정말 넓은 세상을 만나고 싶어 하는가?'

편안하고 익숙한 일상에만 안주하면서, 

어쩌면 즐기고 있으면서 그것을 오롯이 받아들이지 않고 불평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이 책을 쓴 남학생이 정말 멋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 모든 것을 겪어내고, 성장해 가고 있으니.


난 내 인생의 롤모델도 없고,  명사로 정의내릴 특별한 꿈은 없지만

한 인간으로서 많은 경험을 하고, 성장하는 삶을 살고 싶다고 생각한다.

나보다 어린 친구지만,

그런 나에게 여러가지 질문을 던지고 생각하게 하는 글을 썼다는 게 인상적이다.


내 생각을 정리해야할 것 같다.

뭔가, 이 책을 읽고, 심란해서 어젯밤엔 잠도 안 왔다.

도대체 그 이유가 뭔지 정확히 모르겠지만.

분명한 것은 난 어떻게든 더 많은 활동과 경험이 필요하다는 것.

더 안주하고, 귀찮아 지기전에.


주변 사람들에게 정말 권해주고 싶은 마음이다.

내가 능력이 있다면 몇권씩 사서 하나씩 나눠 주고 싶지만 그러지 못하는 게 아쉽다.


누구든 서점에 가시면 한 번 펴보시라.

"여행이 필요한 시간"

정말 여행하고 있는 듯이 홀딱 빠지게 될테니.





여행이 필요한 시간

저자
정희창 지음
출판사
비즈니스맵 | 2012-10-22 출간
카테고리
여행
책소개
전 세계 친구들과 함께 청춘을 말한다!『여행이 필요한 시간』은 ...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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