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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날이 좋아서 산책, 그리고 발가락 통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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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강의 수강을 마무리 지으려고 카페를 가려던 길,

날씨가 정말 "엄청나게" 좋았다.

날씨만으로도 마음이 설레는 그런 날이었다.


양재숲으로 산책을 가기로 했다.

ㅇ ㅏ... 이럴 거면 신발도 편안한 거 신고 나오고, 노트북이며 책도 놓고 나왔으면 더 편했을 텐데 싶었다.


특히, 발이 너무 아팠다.

너무 꼭 맞는 신발을 샀고, 아직 길들여지기 전이라 걷기 시작한지 얼마 안되어서부터 물집이 잡히기 시작했다.


나는 앞이 뻥 뚫려있는 슬리퍼가 아니면 항상 발이 아팠다.

구두는 말할 것도 없고, 

큰 운동화는 커서 불편하고, 맞는 운동화는 발볼이 항상 문제였다.


그래도 뚱뚱한 발이 작아보이고 싶어서 꼭 맞는 신발을 사는데 길들여 질때까지는 항상 발이 아프고

길들여져서 적당히 보기좋게 신을만 하다 싶은 시간은 짧다.


어렸을 때 생각이 났다. 

항상 발이 아파서 걸음이 불편했던 기억,

그런 나를 보던 엄마의 속상한 표정같은 것 말이다.

이제와 생각해 보니, 그런 때는 내가 온전히 그 시간을 느끼지 못했던 것 같다.

그 시간의 공기, 그 공간의 분위기, 같이 있는 사람과의 대화...

모든 신경이 발가락에 가 있었다.


갑자기 너무 속이 상했다.

그저 조금 더 예뻐 보이려고 많은 것들을 잃어버린 기분이었다.

그렇다고 예뻐보인 것도 아니었을 텐데...

오늘처럼.

그럼에도 당장 신발을 내다 버려야 할까, 아니면 조금더 불편함을 감수하고 길들여 봐야 할까 고민이 된다.


앞으로는 오래 걸을 것 같으면 집에 들러서 신발을 갈아신고 가는 것도 방법일 것이다. (그럼 원피스도 갈아 입어야 하지 않았을까?)


중요한 건, 내가 내 시간에 온전히 몰입하려면 옷, 신발, 머리모양, 화장, 뭐하나 거슬리는 게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예전에는 그런 것들이, 나는 발이 크니까, 나는 안 예쁘니까 어쩔 수 없는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지금이라도 태도를 바꿔야겠다.

편안하게, 그리고 자신감이 느껴지도록 하나씩 나만의 방법을 찾았어야 하는 거였다.

문득...

남자친구가 생겨서 데이트를 하는데 내가 그 시간에 집중하기 위해서 운동화만 신고 나간다면 그 사람이 싫어하지않을까? ㅋㄷㅋㄷ 그런 거라도, 생겨라~ 생겨라~ ㅋㅋ


아픈 발로, 결국 돌아올 때는 걸어오지 못하고 버스를 타고 집으로 왔다.

저녁때 이렇게 카페에 나오려고 신발을 찾았는데 이미 생긴 물집과 압박으로 생긴 통증이 가시지 않아서 슬리퍼를 신고 나왔다.

발과 친해지는 법을, 나와 친해지는 법을 좀 더 배워야겠다고 깨달은 하루였다.


완벽하게 날이 좋은 오늘같은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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